비가 살짝 내리던 날, 농지 한쪽에서 연분홍 꽃무리를 만났습니다.
가느다란 꽃대에 꽃이 촘촘하게 달려 있습니다.
꽃범의꼬리.
이름도 재미있는데, 찾아보니 영어 이름은 더 재미있습니다.
Obedient Plant.
‘순종하는 식물’이라고 합니다.
얼마나 말을 잘 듣길래?
이름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.
꽃을 옆으로 살짝 움직여 놓으면
그 방향에 얌전히 머물러 있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.
마침 다음 날에도 같은 농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.
어제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
슬쩍 한번 건드려봤습니다.
그런데 생각보다 꽤 줄기가 뻣뻣합니다.
조금 더 힘을 줬더니,
뚝.
순종은커녕 부러져버렸습니다.
알고 보니 움직여보라는 건 줄기가 아니라 꽃이었습니다.
괜한 줄기만 하나 꺽었습니다.

꽃범의꼬리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
꽃범의꼬리는 긴 꽃대를 따라 연분홍 꽃이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피어 올라갑니다.
보고 있으니 얼마 전 비 오는 산책길에서 만났던 낭아초가 생각났습니다. 그 녀석도 긴 꽃대를 따라 아래부터 분홍꽃이 피어 올라갔습니다.
비 오는 날 만난 두 분홍꽃이 묘하게 닮았습니다.“
꽃이 촘촘하게 달린 모습 때문에
호랑이 꼬리를 떠올려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.
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여러해살이풀로,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관상용으로 심는 꽃입니다.
비를 머금은 연분홍 꽃이 꽤 곱습니다.
이름을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,
이제는 보면 바로 알아볼 것 같습니다.
자연도감 노트
| 이름 | 꽃범의꼬리 |
| 학명 | Physostegia virginiana |
| 분류 | 꿀풀과 여러해살이풀 |
| 원산지 | 북아메리카 |
| 꽃 | 연분홍·흰색 계열 |
| 개화 | 여름 |
| 만난 곳 | 비 오는 날 농지 |
| 재미있는 점 | 꽃을 옆으로 움직이면 그 위치에 머무는 특성이 있음 |
오늘의 한 장

가랑비가 내리던 농지 한쪽.
초록색 사이로 연분홍 꽃들이 한 무리 피어 있었습니다.
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
평소보다 색이 조금 더 부드러워 보였습니다.
파이의 생각
오늘도 꽃범의꼬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꽃을 만났습니다. 순종하는 꽃.
꽃은 순종하는지 몰라도 줄기는 결코 쉽게 굽히지 않았습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