농지에서의 발견 · 자연도감 #001
농지조사를 다니다 보면 예상 밖의 만남이 종종 있다. 오늘은 조사 대상지로 이동하던 길가에서 낯선 흰 꽃 무리와 마주쳤다.
멀리서 볼 땐 그저 흔한 관목처럼 보였는데, 가까이 가서 보니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.
꽃보다 훨씬 길게 뻗은 수술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 모습이, 마치 작은 폭죽이 터진 것 같았다.

이름을 몰라 사진부터 찍고 나중에 찾아봤다.
정체는 누리장나무. 산과 들에서 여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자생식물이라는데, 정작 이 길을 오가면서도 여태 눈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.
이름을 알고 나니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.
가까이서 보면 꽃은 흰 별 모양이고, 봉오리는 은은한 분홍빛을 띤다. 그리고 그 사이로 삐죽삐죽 뻗은 수술이 이 나무의 트레이드마크다.
여기서 끝이 아니다. 이 나무는 가을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 한다.
꽃이 지고 나면 붉은 꽃받침 위에 파란 열매가 맺히는데,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에서도 색 조합이 손꼽히게 화려하다고 한다.
여름엔 수수한 흰 꽃, 가을엔 화려한 색채 — 한 나무 안에 두 계절의 얼굴이 담긴 셈이다.
오늘의 발견
| 이름 | 누리장나무 |
| 학명 | Clerodendrum trichotomum |
| 꽃 피는 시기 | 7~8월 |
| 특징 | 흰 별 모양 꽃, 길게 뻗은 수술, 분홍빛 꽃봉오리 |
| 비고 | 가을에는 붉은 꽃받침과 파란 열매가 맺힘 |
더 알아보기: 국립생물자원관 「한반도의 생물다양성」에서 누리장나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.
☕ 파이의 생각
누리장나무, 냄새 때문에 이름값은 못 받았지만 여름엔 흰 별꽃, 가을엔 파란 열매로 얼굴값은 확실히 한다. 이름보다 얼굴을 먼저 믿어도 될 나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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